내 커피는 여러모로 옛날보다 연해졌지만 커피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습관이나 감정, 맛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먼 옛날 에티오피아의 갈라 족 사람들이 전투에 나가기 전 동물의 기름과 빻은 커피를 섞어서 먹었던 것이나, 남북전쟁 당시 전투가 있을 때마다 그 전야에 어둠 속에서 모닥불이 수백 개씩 깜빡 거렸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 모닥불 위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진한 커피, 용기를 줄 커피가 한 주전자씩 끓고 있었다.
5년 전 플로리다 주 포트 마이어 행 새벽 비행기를 탔던 날 아침이 기억난다. 아버지가 당시 말기 암 증세를 보이셔서(그리고 나중에 실제로 말기 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막 입원을 하셨을 때였다. 그리고 의사, 간호사, 호스피스 직원들을 상대하는 일이 나에게 맡겨졌다. 밤을 샌 후였고 비행기에서 비틀거리면서 나오니 너무 지쳐 걸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제트웨이 끝에서 신기루처럼 반짝이는 게 보였다.
지난 번 왔을 때는 피자헛과 버거킹밖에 없는 황무지였던 이곳에 스타벅스가 새로 문을 연 것이다. 그래, 그래 나도 알고 있다. 무자비한 거대 기업, 전국 어디를 가도 판박이처럼 독같이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 도엔 아줌마 아저씨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줄줄이 문 닫게 하는 살인귀라는 걸. 하지만 내 머릿속을 채운 건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 나는 생각했다. 보통우유를 넣은 그란데 라떼를 주문할 거야. 설탕 두 개를 듬뿍 넣어야지. 그런 다음에는 바닥에 녹지 않고 가라앉은 게 없도록 정말로 잘 저어야지. 어디 앉아서 천천히 마셔야지. 그리고 나서 병원으로 가면 돼.
카운터로 걸어가면서 나는 혼잣말을 했다. "나는 할 수 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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