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는 산초에게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는 "후대에 모범이 되기 위하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모습의 인물들을 묘사"했다고 설명해 준다. 그런데 돈키호테 자신은 따라야 할 모범에서 제외된다. 소설의 인물들은 그들의 미덕 때문에 찬양받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 인물들은 이해받기를 원하는데 이는 완전히 다른 점이다. 서사시의 영웅들은 승리한 순간이나, 혹은 패배했다 해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위대함을 잃지 않는다. 돈키호테는 패배했다. 그리고 그 어떤 위대함도 없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삶이 패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 기술의 존재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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