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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수집광

  • 저자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출판사 행복한상상
  • 출간일 2008년 8월 6일|페이지수 320페이지
  • 책정보

rolla

한마디
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53 | 2008-11-19   
내 커피는 여러모로 옛날보다 연해졌지만 커피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습관이나 감정, 맛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먼 옛날 에티오피아의 갈라 족 사람들이 전투에 나가기 전 동물의 기름과 빻은 커피를 섞어서 먹었던 것이나, 남북전쟁 당시 전투가 있을 때마다 그 전야에 어둠 속에서 모닥불이 수백 개씩 깜빡 거렸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 모닥불 위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진한 커피, 용기를 줄 커피가 한 주전자씩 끓고 있었다.

5년 전 플로리다 주 포트 마이어 행 새벽 비행기를 탔던 날 아침이 기억난다. 아버지가 당시 말기 암 증세를 보이셔서(그리고 나중에 실제로 말기 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막 입원을 하셨을 때였다. 그리고 의사, 간호사, 호스피스 직원들을 상대하는 일이 나에게 맡겨졌다. 밤을 샌 후였고 비행기에서 비틀거리면서 나오니 너무 지쳐 걸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제트웨이 끝에서 신기루처럼 반짝이는 게 보였다.

지난 번 왔을 때는 피자헛과 버거킹밖에 없는 황무지였던 이곳에 스타벅스가 새로 문을 연 것이다. 그래, 그래 나도 알고 있다. 무자비한 거대 기업, 전국 어디를 가도 판박이처럼 독같이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 도엔 아줌마 아저씨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줄줄이 문 닫게 하는 살인귀라는 걸. 하지만 내 머릿속을 채운 건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 나는 생각했다. 보통우유를 넣은 그란데 라떼를 주문할 거야. 설탕 두 개를 듬뿍 넣어야지. 그런 다음에는 바닥에 녹지 않고 가라앉은 게 없도록 정말로 잘 저어야지. 어디 앉아서 천천히 마셔야지. 그리고 나서 병원으로 가면 돼.

카운터로 걸어가면서 나는 혼잣말을 했다. "나는 할 수 있어……." 라고. (p.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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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52 | 2008-11-19   
열다섯 살 이었을 때 나는 혼자 파리에 갔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해 여름 나는 운명의 기로에 서 있었다. 한 쪽 길은 커피로 향했고 다른 한 쪽 길은 술로 향했다. ...나는 엄격한 금주가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알코올이 아닌 카페인고 ㅏ운명을 같이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그 다음 날 일어나 숙취에 시달렸을 땐 더욱 더 확신이 들었다. 감각을 더 예리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더 무디게 만드는 쪽을 택하겠는가? 기억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쪽을 두고 왜 굳이 잊어버리는 쪽을 택하겠는가? 재치가 번뜩이는 말을 하게 해줄 쪽을 두고 왜 굳이 우물우물하게 만드는 쪽을 택하겠는가? (p.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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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51 | 2008-11-19   
이 책은 분량이 196페이지 정도로, 쓰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지는 않다. 디카페인 라떼는 제쳐둔다 하더라도 이들의 1일 카페인 섭취량은 어마어마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의 정확성에 주목하자. 커피는 사람을 기운 넘치게 하지 칠칠맞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 (p.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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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50 | 2008-11-19   
내 인생에서 커피가 시간의 속도를 높이는 대신 늦춰 준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그 긴긴 나태의 밤들은 내 대학교 커리큘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었다. 카우퍼스웨이트 가의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고, 우리 셋은 따듯하고 밝게 불이 켜진 방에 모여 앉아 던스터 기숙사 전체가 잠들 때까지 문학과 정치를 이야기했다. 결국 교육이라는 건 그 사람의 삶을 감미로운 정수로 가득 채우고, 불순물을 걸러 내고, 바닥에는 아주 조금의 찌꺼기만 남게 하는 일을 가르치는 게 아닐까? (p.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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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49 | 2008-11-19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맞서 싸워야 하며 신념과 노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교훈, 정신적이며 물질적인 진보를 보장해 주는 것이 변화와 진화, 실천이라는 교훈, 그리고 구태의연하게 자기만족에 빠진 채 똑같은 것만 찾아다니며 나태에 의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p.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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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48 | 2008-11-19   
해밍웨이는 피츠제럴드에게 보낸 편지에서 편지를 쓰는 행위를 '일을 하지 않고도 뭔가 해냈다고 느낄 수 있는 근사한 방법'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p.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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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47 | 2008-11-19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12월 26일에 바로 감사 카드를 보낼 때는 아무리 고리타분한 말을 해도 용서가 되지만, 2월까지 답장을 미루게 되면 소설책 한 권을 써서 보내도 모자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편지 심리학'의 기본 법칙이다. (p.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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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46 | 2008-11-19   
그런데 좀 다르게 생각해 보자. 효율성에 있어 이점이 무엇이든 수령인의 요금지불에서 발송인의 요금지불로 전환과 관련해 문학적 토대에 있어서 대가가 따르지는 않았을까? 자기가 쓴 편지를 받는 사람이 요금을 내야 된다는 걸 알면 미안해서라도 특별히 편지를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반대로 자기가 직접 편지 요금을 낼 때는 "나는 잘 지내요. 보고 싶어요."라는 말만 써서 보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p.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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