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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 저자 정희진 지음
  • 출판사 교양인
  • 출간일 2005년 11월 6일|페이지수 290페이지
  • 책정보

rolla 茶海

한마디
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68 | 2008-11-19   
독신 여성 가구에 대한 정책 부재와 사회적 편견, 이성애 중심의 결혼 제도가 인간 관계의 친밀성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비혼 여성들에게 외로움은 여전히 두려운 문제다. 외로움은 심리적인 문제이자, 정치경제학적 문제인 것이다.

기혼 여성들이 남편과의 소통 부재 때문에 겪는 괴로움과 외로움은 더 심각할 수 있다. 하긴, 어차피 외로움이란 삶의 조건이어서, 결혼해도 외롭고 안 해도 외롭다. 시인 신현림의 표현대로, "여자에게 독신은 홀로 광야에서 우는 일이고, 결혼은 홀로 한 평짜리 감옥에서 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p.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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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67 | 2008-11-19   
이제까지 여성들은 '위대한 여성'의 삶에 개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성이 해준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에게 교육이 허락된 것은 5천 년 인류 역사에서, 채 1백 년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갖고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여성들이 '한 명 이상'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 대중 교육이 보급된 이후였다. 오늘날 여성들이 '나혜석'처럼 살기 위해서,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과 열망이 두려움으로 귀착되지 않기 위해서, 가부장제로부터 그녀를 탈환해 오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언어가 필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똑똑한 여성'은 '특이한 여성'을 의미한다. 남성사회는 여성이 언어를 갖는 것, 똑똑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여성들도 원치 않늗나. 프란츠 파농이 온몸을 떨면서 간파했듯이, 흑인은 백인의 타자이며 동시에 흑인의 타자이다. 여성의 타자 역시 여성이 아니라면, 이미 가부장제 사회가 아닐 것이다. 정치학자 권혁범의 표현대로, "페미니즘의 '페'만 들어도 괜히 기분 나쁘고 후려치고 싶은 감정적 충동을 느끼는 남성들"이나 나를 포함하여 자기 언어를 갖는 것에 대해 스스로 놀라는(자랑스러워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여성들 모두 가부장 사회의 산물이다.

자본이나 국가가 노동운동은 탄압하지만 강단 좌파에 대해서는 너그럽듯이, 대개 지배 세력들은 저항 세력의 '운동'보다는 '~학'이 안전하다고 느끼며 선호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성주의에 대해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여성운동'이나 '여성학'이나 모두 지배 세력의 적대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설명해 주는 여성주의 지식을 갖는 것, 여성의 시각에서 세상과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 여성이 자기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지 못한다. 근대 미국에서 국민 의무교육이 실시되었을 때도 흑인 노예와 가정주부는 예외였다. 사회는 이들이 교육을 통해 자기 노동의 의미를 깨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알았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언어는 자원과 권력 이동의 전제이며 시작이기 때문이다. (p.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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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66 | 2008-11-19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배 이데올로기나 대중매체에서 떠드는 것 이상을 알기 어렵다. 알려는 노력,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유보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사유하지 않음, 이것이 바로 폭력이다. (p.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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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65 | 2008-11-19   
...내가 더 성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차피 준비된 인생은 없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할 수 있었는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은 자신을 괴롭히는 욕심이고 오만일 뿐이다. 지금 초라한 (그러나 변화하고픈) 내가 바로 나인 것이다. (p.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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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64 | 2008-11-19   
우리는 사랑받을 때보다 사랑할 때, 더 행복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랑하는 고통으로부터 자신의 크기, 깊이를 깨닫는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포함해 모든 대화는 최음제이며, 인생에서 깨달음만 한 오르가슴은 없다. 상처와 고통은 그 쾌락과 배움에 대해 지불하는 당연한 대가이다. 사랑보다 더 진한 배움(intensive learning)을 주는 것이 삶에 또 있을까. 사랑받는 사람은 배우지 않기 때문에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다. 사랑은 대상으로부터 유래-발생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내부의 힘이다. 사랑하는 것은 자기 확신, 자기 희열이며, 사랑을 갖고자 하는 권력 의지다. 그래서 사랑 이후에 겪는 고통은 사랑할 때 행복의 일부인 것이다. (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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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63 | 2008-11-19   
어떤 사람에게 절절한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는 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람들은 표준이나 평균을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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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62 | 2008-11-19   
어떤 면에서 한국 사회는 계엄령이 필요없는 사회다. 사회 구성원들의 상상력, 용기, 소망은 나이에 따라 철저히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대단히 자발적으로 나이 듦에 대한 지배 이데올로기 - 누가 지배하는지 모르는 - 를 수용하고 있으며 나이 든 자, 나이 든 여성을 혐오한다. 일상의 아주 감정적인 차원에서부터 나이 듦에 대해 동일한 해석 틀을 지니고 있으며, 미세한 검열과 규율에 예속되어 있다. 나이에 따라 삶의 가능성이 체계적으로 억압된 사회, 이것은 '고도로 조직화된 조용한 폭력'이다. 나이 든 사람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시선을 다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반(反)연령주의 정치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p.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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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 rolla
http://book.filltong.net/memo/6161 | 2008-11-19   
어떤 의미에서 성과 사랑을 누릴 수 있는 권리는, 개인이 그 사회에서 어떠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리트머스 시험지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특정한 조건의 사람 - 남성이 연상인 미혼의 젊은 중산층 선남선녀의 이성애 - 들만이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각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심리적 타자들 - 장애인, 노숙자, 나이 든 여성들 - 에게는 성과 사랑의 욕망이 없다고 상정하기 쉽다. (p.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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